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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세탁기, 전기차까지. 우리 주변 거의 모든 전기 모터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자석(자기력)**으로 돌아간다는 거죠. 100년 넘게 이게 당연한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도쿄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자석도, 금속도 없이 플라스틱으로만 돌아가는 모터를 만들어냈어요. 게다가 그 원리가 100년 전 예측만 되고 아무도 직접 못 봤던 힘이라니, 흥미롭죠? 풀어볼게요.
모터는 왜 다 '자석'으로 돌아갈까?
먼저 배경부터요. 전기로 무언가를 움직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정전기력입니다. 양전하와 음전하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죠. 머리카락이 풍선에 달라붙는 그거요. 그런데 이 힘은 일상 기계를 돌릴 만큼 강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바로 전자기력이에요. 전기로 자기장(자석의 힘)을 만들어서 회전을 일으키는 거죠. 정전기력이 너무 약하니까, 100년 넘게 "모터 = 자석"이 공식처럼 굳어진 겁니다.
전기에 숨어 있던 '옆으로 미는 힘'
그런데 여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어요. 전기장은 끌어당기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가해진 전압에 수직 방향으로, 즉 옆으로 미는 미묘한 힘도 만들어내거든요.
문제는 일반 물질에서 이 '횡방향 힘'이 너무너무 약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과학자들도 "있긴 한데 쓸모는 없네" 하고 거의 무시해왔습니다. 100년 동안 학계의 구석에 처박혀 있던 힘인 셈이죠.
주인공 등장: '강유전성 유체'
그런데 이 무시당하던 힘을 깨운 물질이 있었어요. 바로 **'강유전성 유체(ferroelectric fluids)'**라는 독특한 액체입니다. 이 액체는 전기장에 유난히 강하게 반응하는 특이한 성질을 가졌어요.
니시무라 스즈시 특임교수 연구팀은 "혹시 이 액체에서는 그 약한 횡방향 힘이 세지지 않을까?" 하고 실험에 나섰습니다. 불과 수 밀리미터 떨어진 두 전극 사이에 이 액체를 넣고 전압을 걸어봤죠.
결과: 중력을 거슬러 10cm나 움직였다
결과는 놀라웠어요. 액체가 중력을 거스르면서도 옆으로 약 10cm나 이동한 겁니다. 약하다고 무시당하던 그 힘이, 이 액체에서는 중력을 이길 만큼 강했던 거예요. 같은 장치에 일반 액체를 넣었을 땐 꿈쩍도 안 했고요. 오직 강유전성 유체에서만 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힘이 커지는 방식도 특이했어요. 보통 물질은 전압을 높여도 힘이 별로 안 늘어나는데, 이 액체는 전압을 조금만 올려도 힘이 비례해서 쑥쑥 커졌습니다. 전기가 이 물질 안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행동한 거죠. 분석해보니, 전기장이 액체 속 분자들을 질서정연하게 줄 세우면서 이 옆으로 미는 힘을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밀 수 있으면 돌릴 수도 있겠네?"
여기서 연구팀의 발상이 빛납니다. 이 힘이 무언가를 밀어낼 수 있다면, 회전도 시킬 수 있지 않을까? 밀기를 빙글빙글 돌리기로 바꾸면 그게 바로 모터잖아요.
그래서 이 원리로 시제품 모터를 만들었습니다. 자석도, 금속 회전자도 없는 모터를요. 그리고 시험 결과, 정말로 돌아갔습니다. 니시무라 교수의 소감이 인상적이에요. "모터 회전자가 더 이상 금속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데이터를 믿고 회전자를 전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더니, 정말로 돌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왜 대단한가?
이 발견이 가지는 의미가 꽤 큽니다.
① 희토류·자석이 필요 없다. 오늘날 모터는 대부분 자석과 구리 코일에 의존해요. 그런데 자석에 쓰이는 희토류는 매장량이 한정돼 있고 공급도 불안정하죠. 이 새 방식은 그런 귀한 자원 없이도 모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② 가볍고 빠르다. 회전 부품을 무거운 금속 대신 가벼운 수지(플라스틱)로 만들 수 있어서, 기기가 더 가볍고 반응도 빨라져요. 로봇이나 소형 정밀 기계에 유용하겠죠.
③ 자기장이 없는 곳에서 강하다. 자석에 의존하지 않으니, 자기 잡음이 문제가 되는 의료 장비나 데이터 저장 장치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어요. MRI 근처처럼 자기장이 민감한 환경을 떠올리면 되겠네요. 게다가 기존 정전기 장치보다 훨씬 낮은 전압에서 돌아가서 더 안전하고요.
정리하며
요약하면, 연구진이 ① 100년간 너무 약하다고 무시받던 '옆으로 미는 정전기력'을 ② 강유전성 유체라는 특수 액체에서 되살려 ③ 중력을 거슬러 10cm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④ 이 힘으로 자석 없는 '플라스틱 모터'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건 니시무라 교수의 마지막 말이에요. "이 힘은 100여 년 전 이론적으로 예측됐지만, 누구도 육안으로 직접 본 적이 없었어요. 이를 처음 관찰한 건 엄청나게 흥분되는 순간이었죠. 그것이 연구자의 큰 보람입니다. 과학은 즐겁다!" 모두가 "너무 약해서 쓸모없다"고 넘긴 힘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든 끝에 100년 상식을 뒤집은 거잖아요.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을 한 번쯤 의심해보는 그 호기심이야말로, 어쩌면 과학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진짜 엔진인지도 모르겠네요. 해당 연구는 커뮤니케이션스 엔지니어링에 게재됐습니다. 🔬
#플라스틱모터 #강유전성유체 #정전기력 #전기모터 #희토류 #도쿄과학기술원 #모터기술 #로봇공학 #신소재 #과학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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