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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도뉴의 퐁 드 고메에 있는 동굴 페인팅. 신용: 국립 기념물 센터/프랑스 박물관 연구 및 복원 센터, Anne Maigret
도르도뉴의 퐁 드 고메에 있는 동굴 페인팅. 신용: 국립 기념물 센터/프랑스 박물관 연구 및 복원 센터, Anne Maigret

프랑스 도르도뉴 지역의 동굴벽화, 들어보셨나요? 라스코 동굴벽화로 유명한 그곳이에요. 1만 년도 더 전에 우리 조상들이 그린 들소와 동물 그림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죠. 그런데 100년 넘게 고고학자들을 괴롭힌 의외의 수수께끼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그림들, 정확히 몇 살이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었어요. 최근 이 난제가 풀렸다는 소식, 풀어볼게요.

의외의 사실: 그림 나이를 몰랐다고?

좀 의아하시죠. 그렇게 유명한 벽화인데 나이를 몰랐다니. 사실 고고학에는 **방사성탄소 연대측정(C-14)**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있어요. 유기물에 들어 있는 탄소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일정한 속도로 줄어드는 걸 이용해, "이게 몇 년 전 것이다"를 알아내는 방법이죠. 탄소만 있으면 시계처럼 나이를 잴 수 있는 거예요.

문제는 여기 있었습니다. 라스코를 포함한 이 지역 벽화들은 검은 안료에 철과 망간 산화물만 들어 있다고 여겨졌거든요. 즉 탄소가 없다고 본 거죠. 탄소가 없으면 방사성탄소 시계를 쓸 수가 없으니,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인 맹점이 있었어요. 정작 "탄소가 정말 없는지"를 제대로 검증한 연구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다들 "당연히 망간이겠지" 하고 넘겨온 거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팀은 바로 이 당연한 가정을 의심해봤습니다.

첫 단계: 그림을 안 건드리고 성분 분석하기

연구진은 퐁드곰(Font-de-Gaume) 동굴의 검은 그림 두 점, 들소 한 마리와 가면 하나를 골라 화학 성분을 분석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귀중한 문화유산이니 함부로 긁어내거나 떼어낼 수 없잖아요. 그래서 비파괴 기법 두 가지를 동원했습니다.

  • 라만 현미분광법(Raman microspectrometry)
  • 초분광 영상(hyperspectral imaging)

쉽게 말하면, 빛을 쪼여서 그 반사되거나 산란되는 패턴으로 "이 물질이 뭔지" 알아내는 기술이에요. 벽화에 손 하나 안 대고 성분을 들여다본 거죠. 마치 엑스레이로 몸속을 보듯, 벽화의 화학적 정체를 비추어 본 셈입니다.

발견: 망간인 줄 알았더니 '숯'이 숨어 있었다!

결과는 반전이었어요. 검은 안료에서 숯(charcoal)의 흔적이 검출된 겁니다! 망간 산화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숯이 숨어 있었던 거죠.

이게 왜 대단하냐면, 숯은 곧 탄소 덩어리거든요. 나무를 태워 만든 거니까요. 즉 그동안 "탄소가 없어서 측정 불가"라던 전제가 틀렸고, 측정에 필요한 탄소가 바로 거기 있었던 겁니다. 100년 묵은 난제의 자물쇠를 풀 열쇠가, 알고 보니 그림 속에 줄곧 들어 있었던 셈이죠.

게다가 연구진은 한 가지를 더 확인했어요. 이 숯이 그림의 검은 선 전체에 골고루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만약 숯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면 "후대 낙서나 관광객이 묻힌 오염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선 전체에 일관되게 퍼져 있으니, 원래 그림을 그릴 때 쓴 안료가 맞다고 결론 내릴 수 있었습니다.

측정 결과: 1만 3천~1만 6천 년 전의 작품

이제 탄소를 찾았으니 시계를 돌릴 차례. 연구진은 특별 허가를 받아 측정용 미세 시료를 채취했어요. 워낙 양이 적어서 분석이 까다로웠지만, 마침내 결과가 나왔습니다.

  • 들소 그림: 약 1만 3,461~1만 3,162년 전
  • 가면 그림: 부위별로 약 8,993~8,590년 전 / 1만 5,981~1만 5,121년 전 / 1만 5,297~1만 4,246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에 해당하는 연대로, 기존 추정보다는 살짝 더 최근이었어요. 특히 흥미로운 건 가면 그림입니다. 한 그림인데 부위마다 측정 연대가 크게 달랐거든요. 이건 여러 시대에 걸쳐 사람들이 덧그렸을 가능성을 시사해요. 수천 년의 간격을 두고 여러 세대가 같은 그림에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거죠. 상상해보면 꽤 낭만적이지 않나요? 까마득한 세월 동안 그 동굴이 누군가에게 계속 의미 있는 장소였다는 뜻이니까요.

정리하며

요약하면, 연구진이 ① "벽화에 탄소가 없다"는 100년간의 가정을 의심해 ② 비파괴 분광 기법으로 검은 안료를 분석했더니 ③ 숨어 있던 '숯'을 발견했고 ④ 이를 통해 처음으로 정확한 연대(약 1만 3천~1만 6천 년 전)를 측정해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가 멋진 건, 거창한 신기술이 아니라 **"다들 당연하게 여기던 전제를 한번 의심해본 것"**에서 돌파구가 나왔다는 점이에요. "정말 탄소가 없을까?"라는 단순한 질문 하나가 100년 난제를 푼 거죠. 게다가 이 방법을 다른 벽화들에도 적용하면, 라스코를 비롯한 수많은 구석기 미술의 나이를 줄줄이 밝혀낼 수 있을 거라고 해요. 우리 조상들이 언제, 어떤 순서로 이 위대한 그림들을 남겼는지, 그 흐릿했던 그림이 점점 또렷해질 날이 기대됩니다. 해당 연구는 PNAS에 게재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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