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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끔은 정말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가 딱 그렇습니다. 초박막 소재를 살짝 "비틀었더니", 그동안 다루기 까다로웠던 양자 빛을 훨씬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실험실 신기함에서 실용 기술로
시드니공과대학교(UTS) 연구진이 육방정계 질화붕소(hexagonal boron nitride, hBN)라는 초박막 소재의 층을 비트는 방식으로 아주 작은 양자 빛 원천을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이 발견은 양자 기술을 실제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단계로 한 걸음 더 끌어당길 수 있는 돌파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소재의 층을 쌓아 올린 뒤 서로 회전시키면, 빛의 개별 입자를 만들어내는 미세한 결함 구조인 '양자 발광체(quantum emitter)'의 작동 방식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발광체들을 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양자 컴퓨팅과 보안 통신, 초정밀 센서 같은 미래 기술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로 여겨집니다.
"존재는 확인했지만, 실용화가 어려웠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앵거스 게일 박사는 그동안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양자 발광체들을 실험실의 신기한 현상에서 실용적인 소자로 옮겨오는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일 박사는 "이런 양자 발광체들을 측정해서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확인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우리에게 그 지점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지렛대를 마련해준 것, 즉 양자 기술 실현을 향한 하나의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색깔과 파장을 크게 바꿔놓은 '비틀기'
실험 과정에서 연구진은 방출되는 빛의 색깔과 파장 모두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결과가 특히 이례적이었던 이유는, 기존의 많은 유사 실험들이 소재를 하나의 고정된 비틀림 각도로 고정해두는 방식을 썼던 것과 달리, 연구진은 이 소재를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고, 회전시키고, 다시 쌓아 올릴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게일 박사는 "우리는 이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라는 소재가 층상 구조라는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 소재를 집어 들어 쌓고, 비틀고, 그 비틀림을 이용해 발광체의 성질을 바꿀 수 있다. 다이아몬드나 탄화규소 같은 전통적인 소재로는 이런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하필 육방정계 질화붕소일까
게일 박사에 따르면, hBN의 층상 구조는 기존의 일반적인 고체 소재를 다룰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제어력을 제공합니다.
그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 '비틀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해 발광을 매우 크게 이동시켰다는 데 있다"며 "보통 이런 시스템을 제어할 때는 조작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인데, 이번 경우에는 그 변화 폭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hBN의 결함이 마치 전통적인 고체 상태 소재처럼 작동하도록 억지로 맞추려 하기보다는, hBN 고유의 강점, 즉 얇고 층상 구조를 이루며 비틀 수 있다는 특성 그 자체를 활용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게일 박사는 이 소재를 치즈 덩어리가 아니라 치즈 슬라이스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덩어리 치즈로는 가운데 부분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가 어렵다. 하지만 슬라이스라면 층을 하나씩 벗겨내고, 다시 겹쳐서 그 상호작용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별 층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물리 현상
이번 연구를 지도한 이고르 아하로노비치 교수는 층상 소재를 비트는 것이 개별 층 각각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물리적 현상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하로노비치 교수는 "혼자 있을 때는 특별할 것 없는 두 개의 층을, 특정한 각도로 겹쳐놓으면 갑자기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양자 소재를 제어하는 능력이 점점 커지는 것이, 언젠가 양자 컴퓨팅과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분야의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기술들은 헬스케어와 사이버보안부터 GP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실용적인 양자 소자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본 구성 요소들을 과학자들이 더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치즈 슬라이스를 겹치듯 얇은 소재를 겹쳐 올리고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빛의 가장 작은 단위인 광자 하나하나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아주 단순한 조작 하나가, 어쩌면 미래 양자 컴퓨터와 초고속 보안 통신으로 가는 길을 조금 더 앞당겨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논문: Angus Gale 외, "Twist-controlled modulation of quantum emitters in hexagonal boron nitride", Science Advances (2026년 6월 19일), DOI: 10.1126/sciadv.aec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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