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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체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새빛 둥둥섬도 둥둥 떠있게 된다!

초전도체라는 단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기 저항이 0인 신비한 물질. 하지만 이 물질에는 늘 치명적인 단점이 따라붙었습니다. 바로 극저온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이었죠. 만약 이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 오랜 숙제를 향한 탐색에 AI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저항 없는 전류, 왜 그렇게 특별할까

초전도체는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만 나타나는 양자 효과 덕분에 전기 저항이 전혀 없이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는 물질입니다. 저항이 없다는 건 에너지 손실이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양자컴퓨터, MRI 같은 의료 영상 장비, 핵융합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등 첨단 기술 곳곳에 초전도체가 필수적으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을 찾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이론적으로 가능한 화학 원소의 조합은 사실상 무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중 실제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발견된 초전도체들조차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까지 냉각시켜야만 작동하는데, 이 냉각 장치 자체가 비싸고 부피도 큽니다.

그래서 전 세계 연구자들이 노리는 궁극의 목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상온에서도 작동하는 실용적인 초전도체입니다. 알토대학교의 패이비 퇴르마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는 초전도 물질이 등장한다면, 우리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영원히 바뀔 겁니다. 컴퓨터나 데이터센터 같은 곳에서 이런 물질이 기존 도체를 대체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줄이고 정보통신 산업의 열 발생량도 크게 낮출 수 있죠."

7,000개 중 이론으로 예측된 건 겨우 20개

초전도체 탐색이 얼마나 험난한 길이었는지는 숫자로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퇴르마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연구자들은 7,000종이 넘는 초전도체를 발견해왔지만, 대부분은 우연한 발견이었다"고 말합니다. 더 놀라운 건, 물질을 찾아내는 계산 과정 자체가 워낙 방대해서 실제로 연구자들이 이론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던 물질은 고작 20종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설령 이론적으로 유망해 보이는 물질을 찾아냈다 해도 끝이 아닙니다. 실제로 제조하기가 너무 어렵거나, 대량 생산으로 확장하는 게 불가능해서 결국 쓸모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동안은 쓸 만한 초전도체 하나를 찾기 위해 충분히 많은 물질을 검토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했습니다. 사실상 '운'에 많이 의존해온 분야였던 셈이죠.

머신러닝으로 후보를 미리 걸러내다

이 지점에서 등장한 게 국제 연구 컨소시엄 '슈퍼C(SuperC)'입니다. 2023년 퇴르마 교수와 세계 정상급 물리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이 조직은, 양자물리학을 활용해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한다는 목표 아래 새로운 초전도체 발견에 특화된 세계 최초의 공동 협력체입니다. 목표 시점도 뚜렷합니다. 2033년까지 상온 초전도체를 찾아내겠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전략은 양자기하학과 머신러닝을 결합해 탐색 범위를 극적으로 좁히는 방식입니다. 방대한 원소 조합 후보군을 먼저 머신러닝으로 스크리닝해서 걸러낸 뒤, 여기서 추려진 가장 유망한 후보들에 대해서만 정밀한 이론 계산을 수행하는 것이죠. 계산량이 가장 큰 단계를 아무 후보에나 무작정 돌리는 대신, 가능성이 낮은 후보들을 미리 쳐내고 알짜만 남기는 전략입니다.

일본 전통 바구니 문양에서 딴 이름, '카고메 격자'

이 방법으로 실제로 새로운 초전도체 2종이 발견됐습니다. 바로 YRu₃B₂와 LuRu₃B₂입니다. 이 두 물질의 초전도 특성은 '카고메 격자(kagome lattice)'라는 독특한 기하학적 구조 안에서 전자들이 형성하는 '평평한 에너지 밴드(flat band)'에서 비롯됩니다. 카고메 격자라는 이름 자체가 일본 전통 바구니 짜기 문양에서 따온 것인데, 벌집 모양과 삼각형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이 기하학적 패턴이 전자의 움직임에 독특한 영향을 미쳐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발견 과정은 이렇습니다. 연구팀이 먼저 머신러닝으로 방대한 수의 원소 조합 후보를 걸러내고, 특수 개발된 알고리즘이 그중 가장 유망한 후보들을 골라냅니다. 이후 정밀한 이론 계산을 통해 이 후보들이 실제로 초전도체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하죠. 이 예측이 확인되자, 라이스대학교의 에밀리아 모로산 교수 연구팀이 필요한 원소들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실제 화합물을 합성했고, 실험실 검증을 거쳐 두 물질 모두 진짜 초전도체임이 최종 확인됐습니다. 이번 개념 증명 연구는 최근 '피지컬 리뷰 리서치(Physical Review Research)'에 게재됐습니다.

"처리 가능한 물질 수를 수십억 개까지"

이번 성과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물질 2종을 찾았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 방법론 자체가 앞으로의 탐색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르마 교수는 "우리 방식은 머신러닝 기반 사전 선별 이후, 유망한 후보들에 한해서만 정밀 계산을 수행하는 방식"이라며 "이 접근법은 앞으로 초전도체 발견 속도를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처리할 수 있는 물질의 수를 수십억 개 단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는 상온 초전도체 발견에 한 걸음 더 결정적으로 다가서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7,000종을 발견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대부분 우연이었던 분야. 이제 그 탐색의 속도가 인간의 직관과 우연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걸러낸 확률 위에서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셈입니다.


슈퍼C의 연구 성과는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핀란드 헬싱키 광역권에서 열리는 알토대학교의 '더 시원한 지구를 위한 디자인(Designs for a Cooler Planet)' 전시회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참고 논문: Rose Albu Mustaf 외, "Machine-learning-guided discovery of kagome superconductors YRu3B2 and LuRu3B2", Physical Review Research (2026년 6월 17일), DOI: 10.1103/lpqj-7h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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