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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세균 브리핑
장내세균이란 요러하다

근육량과 근력이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흔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근력 저하가 단순한 노화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장 속에 사는 세균 하나와도 관련이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발표된 연구가 바로 이런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로세부리아 이눌리니보란스(Roseburia inulinivorans)라는 장내 세균이 근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그 양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소화만 담당하는 줄 알았던 장내 미생물

국제 학술지 '거트(Gut)'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R. 이눌리니보란스가 사람에게서는 더 큰 근력과, 생쥐 실험에서는 향상된 근육 기능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세균은 근육 대사 자체를 바꾸고,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내는 데 특화된 속근섬유(제2형 근섬유)의 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프린트나 점프,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짧고 폭발적인 움직임에 필요한 바로 그 근섬유 유형입니다.

이번 발견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줄어드는 '근감소증(sarcopenia)'이 노년기 노쇠와 장애, 독립적인 생활 능력 상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할 효과적인 치료법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연구진은 R. 이눌리니보란스가 근육 건강 유지를 위한 유망한 프로바이오틱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장내 미생물이 단순히 소화만 돕는 게 아니라, 대사와 면역, 뇌 건강, 심혈관 질환과 관련된 여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점점 더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근육 축(gut-muscle axis)'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하면서, 연구자들은 특정 세균 종이 근력과 근육 기능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럴 수 있는지를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독 눈에 띈 세균 하나

연구진은 건강한 젊은 성인 90명(18~25세)과 노년층 33명(65세 이상)의 대변 샘플을 분석해 어떤 세균이 존재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신체 기능은 악력, 레그프레스와 벤치프레스 수행 능력, 그리고 심폐 체력의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VO2max)으로 측정했습니다.

대변 샘플에서 검출된 모든 세균 중, 유독 로세부리아 속(genus)만이 근육량 및 근력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같은 로세부리아 속에 속하는 R. 파에시스(faecis)와 R. 인테스티날리스(intestinalis)는 두 연령대 모두에서 악력이나 VO2max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년층 중 대변에서 R. 이눌리니보란스가 검출된 사람들은 이 세균이 검출되지 않은 사람들보다 악력이 무려 29%나 더 높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증가는 최대산소섭취량의 상승을 동반하지 않았는데, 이는 단순한 심폐 체력 향상이 아니라 더 나은 신체 기능 자체를 시사합니다.

젊은 성인층에서도 R. 이눌리니보란스 수치가 높을수록 악력과 VO2max 모두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R. 이눌리니보란스와 R. 인테스티날리스의 상대적 존재비 역시 레그프레스와 벤치프레스 근력과 양의 관련성을 보였습니다.

반면 R. 파에시스와 R. 호미니스(hominis)의 존재비는 어떤 근력 지표와도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것이 로세부리아 속 안에서도 각기 다른 종이 근력의 서로 다른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세부리아는 전반적으로 젊은 성인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젊은 성인층에서 R. 파에시스의 존재 비율은 0~3.3%, R. 인테스티날리스는 0~5.5%, R. 이눌리니보란스는 0~6.6% 범위였습니다. 반면 노년층에서는 R. 파에시스가 0~2.2%, R. 인테스티날리스가 0~0.7%, R. 이눌리니보란스가 0~1.3% 범위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생쥐 실험이 보여준 인과관계의 단서

세균의 존재와 근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확인됐지만, 이것이 정말 '원인'인지 확인하려면 별도의 실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항생제 칵테일로 2주간 장내 미생물군을 고갈시킨 생쥐 32마리에게, 8주 동안 매주 한 번씩 로세부리아 균주를 투여했습니다.

생쥐들은 무작위로 네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세 그룹은 각기 다른 로세부리아 균주를, 나머지 한 그룹(대조군)은 로세부리아를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로세부리아 어떤 종도 생쥐가 지칠 때까지 달릴 수 있는 시간 자체를 늘리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R. 이눌리니보란스를 투여받은 생쥐는 4주, 6주, 8주 시점 모두에서 근육 기능의 대리 지표인 앞다리 악력이 약 30%가량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R. 이눌리니보란스를 투여받은 생쥐는 종아리에 위치한 가자미근(soleus muscle)에서 근섬유 크기도 더 컸고, 속근섬유인 제2형 섬유의 비율도 다른 그룹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다만 이 차이는 R. 인테스티날리스를 투여받은 생쥐와 비교했을 때는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근섬유 크기 분포를 더 자세히 살펴본 결과, 대조군에서는 섬유 크기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습니다. 반면 R. 이눌리니보란스를 투여받은 생쥐들에서는 다른 로세부리아 종을 투여받은 생쥐나 대조군보다 더 큰 섬유가 훨씬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근육 변화에는 근육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단백질과 효소들의 변화도 함께 동반됐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 프로바이오틱으로 가는 길

물론 연구진은 몇 가지 한계도 밝혔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사람에게서 얻은 로세부리아 종 중 어느 것도 생쥐의 장에 실제로 정착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염증이나 신경근 신호전달과 관련된 구체적인 경로를 직접 평가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경로들도 실제로는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R. 이눌리니보란스의 존재비 변화가 근육 기능 변화의 '원인'인지, 아니면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의 발견은 R. 이눌리니보란스가 근육 대사와 근력을 긍정적으로 조절하는 장-근육 축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 이어 "우리는 R. 이눌리니보란스의 상대적 존재비가 젊은 성인보다 노년층에서 더 낮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 존재비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근감소증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시기와 겹친다"며, 이 세균이 근력 유지를 위한 프로바이오틱 후보로서 잠재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내 몸속에 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 하나가, 어쩌면 노년의 근력을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였을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이지만, 근감소증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지금, 장내 미생물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열어줄 가능성이 꽤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참고 논문: Borja Martinez-Tellez 외, "Roseburia inulinivorans increases muscle strength", Gut (2026년 3월 10일), DOI: 10.1136/gutjnl-2025-336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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